
가면라이더 드라이브 후반부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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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이스 부활 후의 가상 시점.
그곳은 서늘하기 짝이 없는, 비 내리는 새벽녘의 마천루였다.
나는 자석에 이끌리듯이
누군가의 노랫소리에 미친 듯 계단을 뛰어오른다.
숨이 찰 일 따위는 내게 있을 리가 없다. 하지만.
달릴 때마다 어째서인가 가슴이, 목이 막히는 착각이 주어졌다.
후두둑, 후두둑.
달리는 소리에 맞춰 빗소리가 들린다. 누군가의 울음소리보다도 더 슬프다. 실연의 아픔보다도 더 아픈 소리가 내린다.
엘리베이터 따위는 보이지도 않았다. 이 기묘한 건물은 대체 무어란 말인가. 오직 문과 마천루와 계단만 존재하는 이 흑자색과 회색이 섞인 건물은 대체.
인간의 상상 속에나 존재할 법한 건물은 뭘까.
흑자색 계단은 딱 세 칸이 남았다. 세 칸이 아니라 서른 칸이 남은듯한 착각을 주었다.
그리고,
계단이 세 칸이 남았다는 것을 알리듯 익숙한 목소리의 절규에 가까운 비명이 계단 심해 아래까지 울려퍼졌다. 때에 맞추어 천둥 소리도 울려퍼진다.
들려오는 것은 친구의 메아리치는 절규와, 빗소리. 기계 생명체보다 더 어떤 끔찍한 것을 보았기에 저런 비명을 지르는가.
벌레 따위를 보고 내는 소리가 아니었음을 알 수 있었다.
나는 본능적으로 계단을 마저 뛰어올랐다.
인간을, 사랑하고 사랑했던 사람이 사랑하는 것을 지키기 위한 본능 말이다.
절규를 끊어버린 것은 괴물도 머신도 아니었다.
그럼 누구냔 말이야.
나.
그리고, 조소하는 「나」.
상처 투성이의 잠자듯 쓰러진 나의 친구.
그것을 보며 비웃는 저쪽의 나.
나비의 움직임 같은 손짓으로 웃는 입을 가리는 것마저도 우아해서 이질적이기 짝이 없는 나.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은 말 그대로 잔혹극 그 자체였다.
그 날처럼 내리는 비와,
상처 투성이로 쓰러진 친구와,
또 다른 나.
「너는 대체 누구냐!」
물 끓듯 끓어오르는 분노라는 감정. 오랜만에 느낀다. 느낄 때마다 이상한 힘이 솟았다.
나는 생기라고는 찾을 수 없는 눈으로 나를 본다.
그 흑자색 눈에 비친 나는 복사원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것은 꿈인가.
「친구가 걱정되지도 않는 건가?」
그 후로 내 이성이라는 자색의 실은 끊겼다.
정신을 차린 나는,
나는…….
